박물관이란 무엇인가? <4> 수집과 권력, 박물관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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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인류의 조상들은 상징과 의례를 통하여 인류의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인간의 ‘수집행위’와 ‘수집품’은 인류가 문화를 가짐으로 발생하게 된, 문화의 복합적 행위이며 결과물이다. 따라서 인류의 상징과 의례를 통한 ‘문화’의 발생은 인류의 ‘수집’에 대한 근원적 단서가 되는 것이다.
▲ 뼈나 돌, 조개껍질 등으로 제작된 선사시대 장신구
선사시대에서 권력이 등장하는 시기로 들어서면서, 사물의 소유는 인간에게 매주 중요한 행위가 되었다. 인류문명의 변천과 사람 사이에서 더 가치 있는 물건을 가지려고 하는 ‘소유욕망’, 그리고 그 표현으로서의 ‘수집행위’를 추적해보면 박물관의 기원을 발견하게 된다.
원래 금과 은은 도구를 만들기에 적합한 금속은 아니었다. 그리고 고대세계로부터 다양한 문명에서 신성시되었던 금과 은 등은 원래는 교환을 위한 물질이 아니었다.
금과 은, 보석 등은 처음에 인류에게는 어렵게 수집하게 되는 ‘귀중품’이었지만, 언제부턴가 고대세계에서 화폐로 사용하게 되었다.
희귀성의 소유로부터 교환을 통한 과시적 소유가 가능해진 인류는, 더 이상 일반적 수집 행위가 아닌 권력을 위한 행위로서 ‘정치적’ 성격을 띄게 된다.
귀중한 수집품이 가치 있는 이유는 지니고 있는 의미, 집중된 부와 권력의 표시이며 인간이 인간 이상의 존재로 동일시시킬 수 있는 사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물들은 보통 사람들은 얻기 어렵거나 뛰어난 장인 또는 예술가를 통해 구현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류사회 속에서 사물의 수집과 지식의 축적은 다른 권력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행위가 된다.
이집트의 대도서관과 무세이온(Mouseion)은 BC 290년 경 이미 도서관과 박물관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던 이 기관에는 수십만권의 장서를 소장한 도서관 이외에도 천체관측소와 다양한 연구 및 교육시설, 그리고 모든 분야의 수집품을 보유하고 있었다.
▲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무세이온 복원도
지식의 수집이라는 도서관과 증거가 되는 사물을 통한 기억이라는 박물관의 탄생은 인류의 문화발달 과정과 함께해온 것이다. 박물관의 완성적 기원이 된 알렉산드리아의 기관을 통해, 어떻게 ‘수집행위’가 인간의 문화와 정치의 발달을 통해서 박물관의 초기 형태로 이어져왔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지식’과 ‘사물’을 소유한 자가 세상을 다스리는 권력을 수집과 연구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역사가, 고대 인류가 설립한 초기 박물관과 도서관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서울문화원 박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