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란 무엇인가? <5> 시민혁명과 박물관의 정치성

 

근대적 의미의 박물관은 1793년 8월10일, 프랑스 제1공화정 수립 1주년 축하의 의미로 설립되었다.

프랑스혁명 기간 중 프로이센군이 프랑스를 침략하자 프랑스 각지에서 조직된 의용군이 파리에 집결하였다.  당시 파리 시민들과 의용군은 프랑스군이 패배한 원인이 루이 16세가 적과 내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1792년 8월10일, 파리 시민과 의용군은 튀일리궁을 공격하여 왕정을 중지시키고 루이16세 일가를 탕플탑(Temple Tower)에 유폐시켰다.

 

▲ 프랑스 파리에 있던 탕플탑 Temple Tower (1734) , 출입구가 좁고 감독이 수월하기 때문에 감옥으로도 사용됐다.

 

1792년 8월10일은 실질적으로 군주제가 종식되고 공화제가 시작된 날로서 이듬해 1793년 8월10일, 프랑스 제1공화정 수립 1주년 기념사업으로, 박물관의 대명사인 루브르박물관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18세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시민계급의 성장, 계몽주의 파급, 산업혁명 등으로 전 유럽에서 많은 혁명들이 일어났다. 이러한 혁명은 절대왕정을 타도시키고 시민계급이 전면에 나서 권력을 장악하였다.  사회의 각종 악습을 제거하고 종교적 이념을 배제하였다. 특히 프랑스혁명 이후로는 소수 귀족층만이 누리던 공간을 시민의 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하였다.

 

▲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루브르박물관 전경 – 군주제 왕궁이던 루브르궁전을 개조한 것이다.

 

1792년 9월27일 루브르궁의 갤러리를 프랑스박물관으로 바꾸고, 프랑스박물관은 1793년 11월18일 왕실과 수도원으로부터 몰수한 그림 537점을 바탕으로 시민에게 공개하기 시작하여 오늘날의 루브르박물관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이렇게 근대 박물관의 시초인 루브르박물관은 탄생부터가 정치성을 깊게 내포하고 있었다.

 

▲ 조선 군주제 왕궁이던 경복궁 경내에 위치한 국립민속박물관

 

이와 같이 박물관이 정치적 목적에서 구상되고 ‘국가 만들기’ 사업으로 기획되는 사례는 각국의 박물관 역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웃나라 중국의 중국혁명박물관이 그러하고, 경복궁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이 그렇고 북한의 조선혁명박물관 역시 그러하다.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평양시 만수대에 위치한 조선혁명박물관

 

세계사적으로 근대에는 정치적으로 시민중심 공공성을 띤 박물관이 건립되었다.  프랑스박물관을 시작으로 19세기 유럽에는 다양한 근대박물관들이 설립되었다.  근대적 박물관의 설립과 운영이 활발하게 되면서, 1845년 영국에서는 박물관령이 공포되어 박물관 학예사의 양성 및 소장 자료의 확보 등 구체적인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되었던 것이다.

 

▲ 영국 런던에 위치한 대영박물관 내부 전시실

 

서울문화원 박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