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지명을 연구하는 관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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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부를 때 두 가지 명칭을 사용한다. 하나는 각 사람에게 주어진 인명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람이 살아온 지명이다. 그래서 어디에 사는 아무개 또는 어디에 있는 누구라는 식으로 공간과 인물을 함께 나타내곤 한다. 이처럼 공간과 사람은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 선에 있다.
지명은 인간이 정착한 곳에 대한 공동의 땅이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인명은 개인에 한정되므로 그 사람의 생명 기간에 따라 사용범위와 존속의 시기가 한정되지만, 지명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 공동의 소유이기 때문에 특정 지명 안에서 살아가며 창조하는 문화가 지명 안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 인명은 개인의 생애를 통해 끝나지만 지명은 그 지역에 살아가는 후손들에게 이어져 간다.
이미 발생한 지명은 행정 단위의 지명이 되는 경우가 있고, 그 지명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 발달함으로써 대도시의 지명으로 성장하게 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고 있는 행정구역 명칭의 다수는 신라 제35대 경덕왕 때 지은 지명으로, 이를 일부 변형한 지명들이 지금까지 많이 쓰이고 있다.
서울의 지명은 자연・지리・풍속・제도 등 서울에 자리를 잡고 생활하던 선조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의 산물이다.
서울은 오랜 역사 속에 도읍지였기에 그 어떤 지역보다 설화와 유적, 인물과 사건들이 깊게 관련되면서, 지명이 생명을 가지고 존재하며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 곳이다. 때문에 서울의 지명은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이 되어 우리민족 역사가 지속되는 한 생명력을 가지고 존속될 것이며, 변화하고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서울의 역사와 뿌리를 찾아 그 유구함과 정통성을 확립하고, 이 땅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과 설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서울의 지명이 가진 의미’를 찾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문화원 박은석 기자